필립리브의 견인도시연대기 개인적인감상입니다.


내용누설이 많습니다. 이 책을 재미나게 읽고 싶은 분들은 돌아가주세요~






영국작가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 스팀펑크 세계관 소설이네요







생각들



1.읽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재미있습니다


1권 시작하면 주인공 소년이 살고있는 '견인도시 런던'을 잠깐 보여줍니다. 그리고  바로 원치않은 생존테스트에 던져지도록 만듭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평범한 주인공,  은둔한 전사 주인공 누구든 15분안에 마주하게 되는 비자발적 시련과 같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휘몰아칩니다. 각 권에서 스토리가 절정에 다가갈때  두 무리, 혹은 세 무리가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미국드라마와 같이 동시시간, 혹은 약간 역행했다가 따라잡는 시점으로 교차해서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마지막 지점에서 주인공들이 무언가 극복하게 되는 순간. 주인공 보정이 약간은 들어갑니다. 초능력자가 아닌 주인공들이 할 수 없을거같은 일을 해 내고 맙니다.
















2.여주인공의 전형적 모델을 탈피하기 위해서 작가가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두각을 나타내는 남자주인공에게 섹스어필하는 여주인공'이라는 보통의 공식을 깨기 위해서 얼굴을 난도질당한 여자 캐릭터를 등장시켰습니다. 1권 초반에 '이사람이 진짜 히로인일까?' 궁금해지는 미소녀 캐릭터 두 명이 등장하고 슥슥 지나갑니다. 그리고 바로 튀어나오는 흉악한 소녀가 진짜 히로인입니다.






견인도시 여주인공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주아' (2003 의천도룡기)


여기서 코도 뭉개지고 입도 반이 비틀어진 히로인이라면? 

영화제작하기 힘들거같습니다.




1권 이 어느정도 진행되면서 남주인공과 서로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무협지처럼 어떤 수단을 써서 흉터가 사라지고 변안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소설은 무협이나 판타지가 아니잖아?'


1권 마무리되면서 '그럼 그렇지 이제 2권에서는  사랑스런 여인네 캐릭으로 변신하겠구나' 싶은데, 작가가 2~4권에서도 꾸준히 여주인공의 성격 관리를 해 줍니다. 절대 호락호락 보통의 히로인으로 변하게 방치하지 않네요


4권을 통틀어 작가가 가장 신경쓰는 캐릭터는 히로인입니다. 단지 이 캐릭터의 성격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3.연상되는 이미지가 풍부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 스팀펑크 세계관


이미 우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미래소년 코난,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애니메이션의 도시, 비행선, 구식 총의 이미지를 떠올려 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4. 도시와 촌 / 문명과 야만 / 학자와 전사 / 휴머니스트와 특전대원


보통 이런 종류의 아포칼립스 이야기가 시작되면 거친 환경속에 살던 생존능력 최강의 소년이  이 세계의 운명과 관련 있는 약하고 양심적이고 도회적인 소녀와 마주치게 됩니다.



건강한 소년 + 표류 소녀 (미래소년 코난, 1978)



견인도시 연대기는 21세기 작품답게 성역할을 바꿔놓았습니다. 


크로커다일 던디 + 인디아나 존스 + 레옹 => 여주인공에게 행동능력을 몰빵했습니다


주인공남자는 뭐 아무것도 안 하냐 하면,  철저히 인본주의자의 길을 갑니다(덕을 쌓음) 그 보답으로 살인로봇이든 살인마든 한번쯤 주인공과 히로인을 살려줍니다
















5. 죽여도 죽지 않는 존재, 죽거나 버려졌다고 느껴지지만 비중을 가지고 등장하는 인물들



견인도시 세계의 허언증 모험가 겸 저술가 한 명이 등장합니다. 바퀴벌레같은 생존력을 보여줍니다. 4권 내내 코믹코드는 이 사람 담당입니다. 견인도시 연대기 2권의 제목은 이 허언증환자가 극중에서 쓴 베스트셀러 모험담의 제목


1권 초반에 주인공의 사회적 위치를 설명하는 엑스트라로 느껴졌던 여자. 대량살상의 장면속에서 사망처리되었다고 인식했지만 4권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히로인이 무시하고 방치했던 작은 어린아이 1명이 남녀 주인공 2명의 죽음 시점을 결정짓는 의미있는 존재로 살아남습니다. 


이론상 수명이 무한인 뇌이식 전투로봇 '부활군'. 부활군 형태로 중요한 인물 둘이 등장합니다. 둘 중의 한명은 진짜 죽지 않고 소설의 마지막 대사도 그가 담당합니다.



로봇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동굴 속에서 긴 세월을 보낸 슈라이크 부분에서 이런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6. 살짝 꼽사리끼는 출생의 비밀


1권에서 히로인이 "그를 죽이고 나도 죽으려고 했어" 라고 대사를 치는 지점에서 '혹시 출생의 비밀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히로인의 정상적인 아빠 엄마가 가족을 이루었던 옛날이야기가 나오면서 괜한 선입견이었구나 하고 생각을 접었습니다. 사실 그 시점까지 히로인 자신이 출생의 진실을 모릅니다.  


역시나 1권 후반에서  뻐꾸기 아빠가 줄줄 고백을 합니다.  (히로인에게 말고 배다른 자매에게 고백) 히로인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진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히로인을 키워준 불쌍한 아빠입장에서 강한 NTR 코드냐? 아닙니다. 막장드라마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7. 작가의 메세지


견인도시의 구조는 다층갑판입니다. 산업화시대의 풍자그림에서 흔히 볼수있는 열악한 아래층,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정치종교지도자 구도의 복사판이라고 볼 수있습니다.  견인도시를 그렇게 묘사하지만 이것보다도 덜 노골적으로 그릴 방법은 딱히 없고, 작가에게 너무 노골적이다 라고 평할 이유는 없을것 같습니다. 대처리즘은 대놓고 까는 입장?


유럽과 중동-동아시아-아프리카는  견인도시/반견인도시 대립구도를 이루며 살아남아 있습니다.

땅을 긁어대며 궤도를 굴리기 보다는 땅에 내려와서 부활한 자연을 누릴 법 한데요. 이데올로기, 진영대립의 관성때문에 실천을 못하는 견인도시측을 더 꾸짖는듯 합니다. 반 견인도시 세력 역시  자연에 정착하려는 순수한 선의 세력이기 보다는 진영 논리로 인해 폭력을 강화하는 등 현실 세계의 복잡한 어른들 사정을 그려줍니다.


4권 마지막에 선보이는 '뉴 런던'의 의미는 애매합니다. 그런 스타일의 크고 작은 비행도시들이 증가한다면? 자연을 회복해가는 지구에서 거주의 모델이 될지는... 글쎄요 단지 땅을 할퀴고 다니지 않는다는 좋은점 외에는, 땅에 내려와 디디고 사는게 나을듯하네요. 뉴 런던이 인류의 미래를 보여줬다기 보다는 녹아내린 런던 속 생존자들 입장에서의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면 될거같습니다.


영국작가가 드러내는 미국에 대한 시각. 북아메리카는 전쟁의 결과 완전히 죽어버린 대륙으로 묘사합니다. 과거에 일어났던 아포칼립스전쟁의 판세를 미국본토의 완전한 멸망, 여타 대륙들 약간명 생존으로 설정했네요. 1권의 올드테크 대량살상 무기보다 더 강력한  4권의 위성궤도 무기는 '미국잠수함' 으로부터 나온 암호책으로 동작시키는 고대 미국의 무기시스템으로 표현하고있습니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위성무기 프로젝트 이름을 그대로 사용.다만 현 시점에서 자연은 북아메리카를 포함한 모든 대륙에서 다시 녹색을 회복하는걸로 나옵니다.








8. 그냥 결론


양판이나 무협지 혹은 연재식 웹소설에 익숙해지다보면 문단을 빡빡히 채우는 외국소설에는 손이 잘 안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읽을 만 합니다. 2010~11년에 출판되었으니까 읽을분은 이미 다 읽으셨겠죠. 뒷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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